나는 바람입니다.
형태는 없고 마음만 있지요.
모든 마음이 그러하듯, 나 역시 어느 한 곳에 머물 수 없는 존재입니다.
어디엔가 아주 잠깐이라도 머무는 그 순간, 나는 소멸해버립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이런 삶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특별한 불만은 없습니다.
불만이란 것은 언제나 나를 만났다가 곧 헤어져야 하는 다른 존재들의 몫이었죠.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않은 곳에서
나를 맞닥뜨리고 나를 인식한 다음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홀로 남겨집니다.
하지만 그들의 슬픔이나 절망 같은 것에 나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가끔 곁에 머물고 싶은 존재를 만나는 일도 있지만.
말했잖아요, 나는 머물 수가 없으니까요.
... 황경신 <구름과 바람의 사랑 이야기 > PAPER 2007년 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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