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U U D V A N E M P E L 作
박하나무가 무성하다.
물을 줄 때 나무가 흔들리고 그 냄새가 난다.
나는 얼른 문을 닫아버린다.
나는 일부러 나무를 흔들거나 코를 나무 가까이 가져가거나 하지 않는다.
나는 박하나무에 관해서도 금욕한다.
나무를 심고 탐욕하는 것은 스스로 부끄러운 일이다.
나무를 심고 그 향기로운 나무가 잘 자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더 이상 감각적인 충족을 원하는 것은 타락이다.
물을 주는 일, 그 이상의 짓은 아무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오로지 물을 주고 베란다 유리문을 후딱 닫는다.
유리 너머로 아름다운 나무들이 싱싱하고 푸른 모습을 주야장창 보이고 있다.
그 모습을 미친 듯이 바라보는 일도 하지 않는다.
눈을 너무써서 눈이 아프면 눈을 쉬기 위해 한번 바라보고 그 너머 하늘을 바라본다.
발길을 창가로 옮겨 먼산을 바라본다.
흰 구름을 한참 동안 쳐다본다.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 흰구름을 보고 있다.
그때 읽은 글의 제목, 그 느낌.
재미없는데도 전개과정이 뻔히 예측되는데도, 다른 글이 없어서 그냥 밋밋하게 읽어가던 그 느낌,
세상에 대한 실망감.
사람들은 채 열살을 넘기기 전부터 자신과 자신이 속한 정신적인 환경에 대해서 실망하기 시작한다.
재미없는 세상이라는 밋밋한 느낌이 초경이 있기 전부터 찾아온다.
그것은 성적인 자각보다 존재의 허무에 대한 자각이 더 우선한다는 상징이다.
... 김점선 <나는 성인용이야> 마음산책 20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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