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짜증論 .............. 이희중

misslog@hanmail.net 2015. 6. 29. 16:12

 

 

                                                                                                                         2015. 6. 22.  pm 6:25


모름지기 짜증은 아무한테나 내는 것이 아니다 짜증은 아주 만만한 사람한테나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짜증을 받아줄 마지막 사람은 제 엄마다 짜증이 심한 사람은 엄마 말고 식구들한테도 짜증을 낸다 필시 이 사람은 식구들을 아주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달리 보면 가족을 믿고 사랑하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더 심한 사람은 식구 아닌 남들한테도 짜증을 낸다 이 사람은 아주 힘 있는 놈  아니면 망나니임에 틀림없다 짜증낼 사람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자신한테 짜증을 낸다 이 사람은 자신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니면 이 사람은 자신 말고는 아무도 안 믿는 사람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이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일 것이다



.. 이희중 詩 <현대시> 2005. 8월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