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래.

비 오는 밤

misslog@hanmail.net 2008. 7. 25. 23:38

 

 

 

 

 

 

 

 

 

 

 "비가 내리고 있다.

 새벽 잠에서부터 빗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때부터 마음이 잔잔해 있지 않음을 깨닫는다.
 참으로 오래된 일이지만 비가 내리는 날은
더욱 마음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마음의 정처를 잃게 된다.
 빗소리를 들으며 마치 명령을 받은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다.
 어느 날인가.
 나는 그 불을 품고 있었다.
그 불은 어떤 인간의 힘으로도 잠재울 수 없는 것이었다.
 더구나 나의 연약하고 감상적인 자제력으로는 당치않은 일이었다.
 나는 묵묵히 불의 가슴을 받아들이고 
그 불로써 받는 상처까지를 모두 거부치 않고 받아들였다.
 망설이지 않았다.
한사람의 이름으로 오는 아픔과 병,
그리고 그에 따른 외로움을 나는 사랑했다….
 비가 내리고 있다.
 비가 내리는 이런 외계의 기후에,나는 왜 이리 예민한가.
 아침과 밤, 망연한 침묵에 묶이게 하는 놀,나뭇가지를 부러트리는 세찬 바람.
 나는 아직도 이런 것에 마음을 다친다.
그리고 그런 상처에 대해 언제나 친근감을 느낀다.
 행복하고 승리감에 도도한 자세보다 패배하고 버려져 있는, 
그래서 사람 하나에 열정의 기도를 바치는 눈물겨움이 
이제는 서투르지 않고 다감하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원해서 
더 외롭고, 더 아프게, 더 고통스럽게 끌어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될 때가 있다.
 사랑도 역시 그랬다.
 기뻐하려 들지 않고, 소유하려 들지 않고, 기쁨 안에 불행의 일부분을
언제나 동반시키며 살려고 했다.
 만나는 것, 헤어지는 것, 생각하는 것, 이 모두가 두렵고,
그 두려움을 알면서 나는 마치 죽음을 다하는 기분으로 
사랑의 감정에 나 자신을 쏟아놓는다.
 죽음을 당하듯…….
 비가 내리고 있다.
 어쩌자고 비는 저렇게 내리는지.
 고요한 마음에 비는 많은 추억을 데리고 내게로 다가서고 있다.
그리고 나를 아름답게 하고 있다.
아마도 오랜 나날을,
나는 그 기억들로 배 부르고 화려한 여자로 살 수 있을 것이다….
 비는 그치지 않는다.
 바람까지 불어 밖은 무섬증까지 느끼게 하고 있다.
 비, 또 비들.
 저 빗속에선들 어찌 그 모습이 숨어 있지 않으랴.
 비 하나 하나가 거센 바람을 젖히고 나에게로 오는 몇백 개의 '그'로 보이고 있다.
 눈을 감는다.
 비가 내리는 오후.
 나는 아름답던 추억으로 홀로 만찬을 벌이듯, 화려한 도취에 있었나 보다.
 미소를 짓는다.
 행복하다.
아마도 꽤 오랫동안을 나에게 그 추억은 영혼의 밥이 되어 줄 것이다.
 내 삶을 배부르게 할 '밥'으로 언제나 그 추억은 쌓여 있을 것이다."

 

...신달자<그래도 그를 사랑합니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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