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시는 오후의 시작을 알린다.
하루중 어느 쪽에서 봐도 중심인 시각이다.
사르트르가 말하듯이 ,
오후 세 시는
“무언가를 하기에는 언제나 너무 늦거나 너무 이른"
시간이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다
눈이 모래주머니처럼 무거워져
자꾸 눈꺼풀이 내려앉는 자정과도 같은 시간이다.
오후 세 시다.
덧문들이 내려진다.
세 시란 담배꽁초가 쌓이는 요구르트 통이고,
텅 빈 냉장고이며,
식은 커피이고.
뜨거운 코코아이다.
그 시각이 되면
약물을 복용하지 않은 자전거 경주 선수처럼
작가들은 맥이 빠지고 우울해진다.
그래서 작가는 거리로 나가 신문을 사들고,
길에서 하릴없이 건물들을 살펴보고,
이가 상하고 심장이 터질 정도로 담배를 피워댄다.
외출을 한 후 침울해져서 집으로 돌아와 방안을 뱅뱅 맴돌며,
더위로 땀을 뻘뻘 흘리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괴로워한다.
그리고 열기가 식을 밤을 기다린다.
...라파엘 앙토방 <오후 3시> 열림원 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