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률 作
호리병 속에 갖힌 새들에게도 날개가 허용될 것인가.
그들에게도 새로운 비상의 가역반응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서하진의 질문의 초점이 바로 여기에 모인다.
호리병 속의 새들은, 그러니까 서하진의 그녀들은,
그러나, 쉽사리 비상을 도모하려 하는 것 같지 않다.
의식적인 상승 운동보다는 무의식적인 하강 운동을 통해
좀더 본원적인 상처의 밑자리를 확인하려는 것 같다.
그녀들이 겉으로는 어떤 표정을 짓든
그 심층의 내면, 무의식은 어두운 궁륭이나 한가지다.
더 어두운 심연으로 내려갈수록 코라 Chora 에너지는 심화된다.
현존 상징적 질서를 안정적으로 지배하고자 하는
'그- 아버지'의 부성적 지배 욕망에 대한 형식을 역설적으로 지니게 된다.
서하진의 그녀들은 점점 더 호리병 속으로, 동굴 속으로, 심연으로, 침강한다.
그럴수록 그녀들은 말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서하진의 소설은
호리병 속의 새들을 위한 혹은 괴물을 위한 변명 혹은 거짓말에 가깝다.
... 서하진 소설집<비밀>에 관한 우찬제 해설 문학과 지성사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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