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눈뜨다

슬펐으나 기뻤으나 ......... 최승자

misslog@hanmail.net 2014. 2. 23. 15:38

 

 

                                                                                                          2013. 11. 01.  pm 4:53

 

 

 

  슬펐으나 기뻤으나

  그래도 할 일이 없어 오른 산(山)

  오른 발을 東에 두고 왼발은 西에 두고

  굽어 보고 굽어 봐도

  슬펐으나 기뻤으나의 그림자들일 뿐

  세상은 간 곳 없고 부풀어 오르는 먼지뿐

 

  가을 山 국화꽃 하나 웃길래

  오른 발은 西에 두고 왼발은 東에 두어 봐도

  발 아래는 여전히 세상살이의 먼지뿐

  먼지 자욱한 그 속에서

  어디에다 내 집을 지을까

 

  이 꿈도 아닌 저 꿈도 아닌 그 사이에서

  이 꿈도 이데올로기요, 저 꿈도 이데올로기인 그 사이에서

  어디에다 내 집을 지을까

 

 

... 최승자 시집 <물 위에 씌여진> 천년의시작, 2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