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nri Matisse 作
고통 없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사랑의 고통은 살아 있는자의 고통이다.
그것은 도저히 지울 수 없는 영원한 상처인 것이다.
사랑을 원하는 것은 우리의 본성이지만,
사랑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고통은 정작 사랑이 찾아왔을 때
뒤따르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랑을 하면서 느끼는 고통도
사랑을 잃어버린 후의 고통에 비하면 보잘것이 없다.
어쩌면 고통은 사랑의 모든 것이다.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은 또한 사랑도 느낄 수 없다.
사랑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은 또한 사랑을 줄 수도 없다.
그러나 사랑을 줄 수가 없는 사람도 사랑을 받을 수는 있는 법이다.
그래서 사랑이 좋은 것이다.
덕과 지혜를 쌓으라고 한 말은
사랑을 받는 그릇이 크기를 늘리는 일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는 뜻이다.
지혜는 사랑을 사랑인 줄 알게 하고,
덕은 그것을 남에게 베풀도록 만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랑을 받는 그릇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커지게 된다.
사랑을 담는 그릇이 커질수록
더욱 많은 것들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소중한 눈길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저지르는 여러 가지 잘못들도
넉넉한 마음으로 용서할 수 있게 된다.
사랑의 그릇은 너무나 크기에
이 세상도 얼마든지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처럼,
우리의 죄도 사하여지게 되는 것이다.
신적인 사랑, 완전한 사랑, 영원불변한 사랑을 그대에게 드린다면
그대는 어느 정도 크기의 그릇을 내밀 수 있는가.
선한 일을 많이 행한 사람일수록 사랑을 받는 그릇이 크다.
따라서 더욱 큰 사랑을 받을 수가 있다.
그러나 작은 그릇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큰 사랑을 주더라도 받을 수가 없다.
그릇의 크기만큼만 받고 나머지는 그릇 밖으로 모두 흘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그릇 속에 담겨 있는 사랑만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랑을 배경으로 해서 일어나는 각종 범죄는
만족스러운 사랑을 갈구하는 마음에서 비롯되어지는 다양한 종류의 감정들-
증오, 시기, 질투 따위를 행동으로 옮길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것은 사랑을 받는 그릇이 작은 사람들이
그릇보다 큰 사랑을 달라고 생떼를 쓰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런 사람들은 언제나 작은 사랑밖에 베풀 수가없다.
신적인 사랑, 완전한 사랑, 영원불변한 사랑은
그것을 받을 수 있는 크기의 그릇이 마련된 후에
비로소 얻을 수가 있고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따로 미워하고 사랑하랴,
우리는 바람이나 달빛이나 물소리도 될 수 있지만
매연이나 어둠이나 소음이 될 수도 있는 것을-----.
산호초나 이슬이나 감자꽃도 될 수 있지만
곰팡이나 독거미나 십이지장충이 될 수도 있는 것을-----.
그리고 한때 우리가 그것이었거나
앞으로 우리가 그것이 될지도 모르는 것을------.
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들은
각기 제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들은
각기 제 나름대로의 사랑을 갖고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리고 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들은
각기 제 나름대로 사랑 받기를 원한다는 말과도 동일하다.
따라서 아름다운 것은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그 욕망에 의해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창조하게 되는 것이다.
기다림과 떠남. 기다린다는 것은 떠난다는 것보다 한결 피가 마르는 일이다.
... 이외수 명상집 <사랑 두 글자만 쓰다가 닳은 연필> 해냄출판사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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